쇠고기 문제 - 재협상만이 답이다.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재협상 대신 추가협상을 하겠다고 하며, 김종훈 통상 교섭 본부장을 미국에 파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국민들께서 재협상과 추가협상의 차이점과 그 효력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계시고, 더하여 '실질적으로 재협상에 준하는 결과를 가져올 추가협상을 벌이는 것'이라는 논리를 시원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어제 100분 토론에서 조차 이 부분이 힘있게 논파가 되지 못한듯 합니다). 그래서 이 정부의 국민 기만책 내지 꼼수가 과연 정정당당한 재협상과 어떠한 차이가 있고, 그 효력에서도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재협상을 요구해야만 하는지에 대하여 모자란 필력이나마 간단하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다고는 하나 꽤 긴 글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읽어 주십시오
우선 모든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OIE기준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광우병 사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모두들 알고 계시듯이 OIE는 기존 5단계였던 광우병 위험 국가의 분류를 3단계로 축소하고, 지난해에 미국을 그 중 2등급인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분류 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의 근거를 과학적 기준이라고 말하는 미국의 관리들과 그 말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부 관리들이 있습니다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였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그간의 통계에 따라서 이러한 조치들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현재 광우병의 발생원인이 프리온인가 아닌가 부터 시작하여, 광우병의 원인 물질인 변형 프리온이 광우병및 vCJD를 발병케 하는 메커니즘, 그리고 변형 프리온이 SRM이라 불리는 특정 물질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이유 등은 과학적으로 진실 내지 진리로 증명이 되지 못하고 여러가지 가설만이 존재하고 이 가설들을 입증하려는 노력들이 아직까지 진행중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잠복기가 길고 그 발생 형태가 다양한 광우병 및 vCJD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를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FACT라고 인정이 되고 있는 부분들(30개월 미만의 소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던가, SRM을 제거할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다)은 과학적 진실 내지 진리에 기반하였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발생한 광우병 소들과 vCJD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질병학적 통계에 기반한 것일 뿐 이것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이를 진리인 양 받아들이고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에 이 것을 손댈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언동이자 국민을 호도하려고 하는 행위라고 밖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OIE가 미국을 위험병 통제국가로 그 지위를 향상시켜준 가장 핵심적인 근거 또한 최근 3년간 미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통계적 사실입니다. 이러한 통계는 광우병 발생의 기본적인 추세와 경향성만을 반영할 뿐 과학적 진실이라고 보기도 힘들 뿐더러, 미국의 광우병과 vCJD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증거 또한 미국내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의하여 제기된 상황입니다.(많은 분들이 알고계시는 사실이기 때문에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통계를 근거로 삼고 협상에 임했다는 것은 졸속적이고도 부실했던 협상의 독소조항의 문제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재협상과 추가 협상의 결정적 차이를 낳게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러한 사실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번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위생 검역 협상에 임하였고, 그 때문에 이번 협상의 최대 독소조항이라고 일컬어 지는 5항 'OIE가 미국의 광우병 통제 국가 지위에 부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반송 조치 및 금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라는 항목을 협상장에서 강하게 주장하였던 것입니다. 즉,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재발할 경우에 이번 협상의 근거가 되었던 통계적 사실이 그 존립기반이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양자간 협상으로 그 근거가 희박해지더라도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 없도록 조치하기 위해서 애를 쓴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관리들은 이러한 통계상의 헛점 및 미국 검역체계의 부실함을 하나도 미국측에 설득시키지도 협정문에 반영하지도 못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OIE 기준이라는 미국측의 입장만을 앵무새 처럼 따라하며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미국에게 '거의' 완전 개방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위험한 광우병 러시안 룰렛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국내 전문가 및 여론의 지적에 따라서 정부는 검역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고, 어제 100토론에 출연하신 한나라당 장광근의원을 비롯 정부의 관리들은 양국 대사관간의 외교 문서인 레터를 교환 함에 따라서 이 문제가 모두 해결 된 것인양 말하고 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레터의 내용이 무엇이었냐면 GATT 20조와 SPS 협정에 규정된 국민 건강을 위한 대한민국의 검역 주권의 행사를 미국 정부가 존중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레터의 형식이 우선 이미 맺어진 대한민국과 미국간의 협상에 우선하여 협정문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협정문 시행에 따른 부속서의 형식이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검역주권이 실제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내용은 해당 물품의 반입금지, 반송조처, 이후 동종 물품에 대한 금수 조치를 기본으로 할 것입니다. 그런데 주 계약에 이미 반송조처 및 금수조치에 대한 제한 조항이 그대로 살아 있는 상황에서 시행에 관한 부속서에서 검역주권을 존중하겠다라고 쓰여 있는 현재의 협정문을 법 논리적으로 해석을 하자면 반송조처 및 금수조치를 제외한 그 밖의 검역주권행사를 미국측에서 존중하겠다 라고 밖에 되지 않습니다.(어제 재협상 불가론을 열심히 펼치신 이대 최원목 교수님도 아마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협정문을 수정한 것이 아니라 시행 내용을 보조하기 위한 부속서 형식이 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핵심적인 내용인 반송 조처 및 금수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검역주권 행사가 어떠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는 속 내용물은 비었있는 껍데기만 들고와서는 물건을 가져왔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을사조약으로 외교권이 없던 대한제국을 한일 합방 이전이어서 주권국가라고 부르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러한 것이 말장난이고 , 교묘한 국민 기만책이며, 꼼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제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님께서 가셔서 협상하신다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금지 부분을 보겠습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자 할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미국 업체들이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한겨례 21의 보도에서 보듯이 수입계약의 칼자루는 미국 수출업체들이 쥐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국내 수입 업자 및 미국의 수출업자들에 대한 제재 그리고, 위반 물품에 대한 반송조치일 것입니다. 그런데 업체간 자율 결의를 유도하고 이를 정부가 보증하겠다고 정부에서 얘기하고 있지만, 이 보증에는 법적으로 보증의 개념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강제조치를 담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미 맺어논 협약에 기초하여 수입하겠다고 하는 업자들을 정부가 강제력을 발동하여 규제한다면, WTO에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국가의 민간에대한 부당한 압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는 양국 정부에 부담이될 것이고, 이러한 식의 결론을 도출할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보입니다.
설사 양국 정부간에 강제력을 포함한 협상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걱정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쇠고기 수입을 디딤돌로 하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 - 미 FTA에 따르면 투자자 - 국가간 소송제를 보장하고 있으며, 양국간 협정 내용을 벗어난 대한민국 정부의 미국 수출업체에 대한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출 압력은, 이 소송의 대상이 되는 투자자에 대한 국가의 차별대우라고 보아야 하며, 한 - 미 FTA가 비준되고 시행되는 즉시, 소송이 걸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결국 이러한 해결책 조차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며, 역시 국민 기만책이며, 말장난일 뿐입니다.
위에서 보듯이 정부는 재협상에 준하는 실제적 효과 어쩌고의 말장난과 국민 기만책으로 현재의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 식의 해결책이 아닌,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된 수입 검역 협정의 독소조항들을 삭제하는 재협상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김종훈 통상 교섭 본부장 께서 재협상은 무조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몇몇 독소 조항만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고 이전의 합의를 완전히 무효화 하지 않는 협상 방법도 외교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전의 한-미 FTA 협상을 미국 의회의 지적에 따라서 노동 - 환경 분야에 대한 재협의 때도 이러한 방식을 취하지 않았습니까? 미국의 반발과 무역 보복이 우려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현재의 국내 상황이 미국 언론에도 자세히 보도되고 현재의 정치적 부담을 계속 대한민국 정부에만 지우는 것이 미국에게도 부담이 된다는 것을 외교적 통로를 통하여 충분히 설득시키고 재협상을 시작한다면, 우려되는 미국의 반발과 무역 보복을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일 하라고 외교부와 통상교섭본부 공무원들에게 혈세로 지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명확히 요구합니다. 현재의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과 소통하지 못해서 하는 이름뿐인 사과가 아닙니다. 국민들을 속이기 위하여 총선기간중에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었음에도 교묘하게 총선 이후에 재협상 개시선언을 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정상회담에 무리하게 일정을 맞춰서 졸속적이고도 부실하게 이루어진 협상에 대한 사과를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조선일보에 보도된 바와 같이 재협상에 대한 농림부의 우려와 입장을 묵살하고, 워싱턴에서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과 경제수석과의 협의하에 협상 타결을 강요한 것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더하여 국민들의 우려, 쇠고기 협상의 독소조항은 장광근 의원이 지적하는 대로 딱 3가지 부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수출 도축장에 대한 승인권 및 관리권 등 이번 졸속, 부실 협상의 독소조항이 존재 함을 인정하고, 이러한 독소조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 및 재협상 선언을 하는 것만이 꼬일대로 꼬여버린 현 쇠고기 사태를 해결할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네티즌 분들께서도 이러한 졸속적이고 부실한 협상의 원인이 된 현 대한민국의 부실한 법체계에 대하여서도 관심을 가지시고, 한 - 미 FTA 체결때 부터 지속적으로 요청된 '통상절차법'의 제정과 국민의 의견 수렴 및 국회의 비준 절차를 피하려고 하는 외교부의 MOU 남발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지적도 병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반감도 존재하고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정권 퇴진 운동 보다는, '통상절차법'의 제정 등 앞으로 국민의 건강권과 국가의 주권을 위협할 여타 협약들을 막기위한 조치들에 모든 역량을 모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고라에도 동시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793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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